블라터, 인판티노 월드컵 지분 매각 계획에 재차 직격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잔니 인판티노 현 회장이 추진 중인 월드컵 지분 매각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터는 "축구는 어느 개인이나 기관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것"이라며 "FIFA가 이윤 추구형 기업 구조로 바뀐다면 그 영혼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년간 FIFA를 이끌다 2015년 물러난 블라터는 "FIFA 월드컵은 소수 임원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세계 축구 문화유산의 일부"라며 "FIFA는 월드컵의 관리자일 뿐 소유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영향력과 수익 추구가 회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협회의 가치와 충돌한다고 지적하며, 축구의 진짜 토대는 구단·선수·지도자·심판·팬들에 있고 그로부터 나온 수익의 수혜자는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풀뿌리부터 최상위 국제 대회까지의 축구 그 자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라터의 발언은 FIFA가 지난 화요일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대회 운영을 맡을 200억 달러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외부 투자자에게 최대 20%의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FIFA는 새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통해 상업·이벤트 운영을 통합하고, FIFA는 FFE의 과반 지분과 축구 거버넌스·대회·국제 경기 일정 등에 대한 배타적 권한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의 상업적 가치가 만들어내는 부는 모든 나라가 함께 누려야 한다"며 "우리의 다음 성장 단계에는 그에 걸맞은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애슬레틱에 따르면 FIFA는 FFE 지분 최대 21%를 매각해 42억 달러를 조달하고, 이를 신설되는 'FIFA 패스트-포워드 프로그램(FFFP)'을 통해 211개 회원 협회에 즉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각 협회는 특별·긴급 프로젝트 용도로 최대 2000만 달러를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 기존 포워드 프로그램 지원금도 협회당 800만 달러에서 향후 4년간 2000만 달러로, 2031~34년 2200만 달러, 2035~38년에는 현재의 3배인 2400만 달러로 늘어난다. 인판티노 회장이 각 협회에 보낸 서한에는 오는 9월 19일까지 이 안건에 대한 결정이 내려져야 내년 1월부터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JP모건이 주 자문사를 맡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사 스라이브 이터널이 투자자 그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산하 아폴로 스포츠 캐피털도 잠재 투자자로 거론된다.
계획 발표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은 성명을 통해 "이는 축구 관리 기구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은 것"이라며 "축구의 정신과 거버넌스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 누가 재정적으로 이득을 보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전혀 없다. 이는 FIFA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도 자신의 SNS에 "축구는 투자자들의 것이 아니라 경기장을 채우고 궂은 날씨에도 터치라인에 서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월드컵은 상품이 아니라 세계 스포츠 최고의 대회이며, 누구도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래를 어떻게 포장하든, 일부라도 팔았다면 이미 영혼을 판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 스포츠에 따르면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FIFA의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계획이 인판티노 회장이 2016년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확장 노선의 연장선이라고 짚었다. 그는 취임 첫해부터 월드컵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고, 2017년 2026 월드컵의 48개국 확대가 확정됐다. 201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계 소프트뱅크의 250억 달러 자금을 활용해 클럽 월드컵과 글로벌 네이션스리그를 만들려 했으나 무산됐고, 2021년에는 월드컵 격년제 개최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32개 팀 규모의 클럽 월드컵이 출범했고, 2034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단독 확정됐으며, 2030 월드컵은 3개 대륙 6개국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는 등 확장 기조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또 더 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인판티노 회장이 임기를 마친 뒤 새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기업 임원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FIFA는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