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월드컵 지분매각안에 9월19일 마감 통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자신이 추진하는 민간 투자 유치안을 두고 211개 회원 협회에 9월 19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하라는 시한을 제시했다고 ESPN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계획이 승인되면 각 협회는 최대 40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인판티노는 회원 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계획이 통과되면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패키지가 마련되지만, 부결될 경우에는 27억 달러에 그친다고 밝혔다. 그가 구상하는 것은 FIFA가 지분 20%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로, 이 자회사가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등 FIFA의 대회 운영을 맡게 된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FIFA는 이를 통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최대 42억 달러를 조달하고, 향후 4년간 100억 달러 이상의 '축구 발전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투자는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하며, JP모건이 재무 자문을 맡고 있다. 조슈아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다.
독립매체 인디펜던트는 서한의 구체적 수치를 전했다. 승인될 경우 회원 협회는 2027~2031 주기 FIFA 포워드 개발기금이 기존 약 8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늘어나고, 여기에 일회성 '패스트 포워드' 자금 2000만 달러가 추가로 지급된다. 반면 부결되면 해당 주기 지원금은 1000만 달러에 그쳐 최대 3000만 달러를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FIFA는 이후 주기에서도 지원금이 2035~2038년까지 24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계획은 지난 화요일 공개되자마자 UEFA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UEFA는 "축구의 영혼과 거버넌스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는 선을 넘는 일이고, 월드컵은 FIFA가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ESPN이 취재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UEFA는 협의와 거버넌스 부재를 이유로 월드컵 보이콧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55개 회원 협회를 대상으로 목요일 긴급 화상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아울러 UEFA 회장 알렉산더 체페린은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5대 리그 협회와 수요일 화상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축구협회 신임 회장은 새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소개 자리에서 "지금 상황은 완전한 충돌"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이콧이 성사되려면 UEFA 55개 회원 모두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인디펜던트는 이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고 전했다. 다비드 트룬다 체코축구협회장은 스카이 뉴스에 "체코 축구가 FIFA와 긴밀히 협력하며 얻는 실질적 이점을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FIFA의 의도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유럽 내에서 사실상 첫 이탈표를 던졌다. 반면 덴마크·루마니아 등 다른 협회는 계획과 그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체코축구협회는 오는 8월 11일 집행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륙별 반응도 엇갈렸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콩카카프)은 "적법 절차 부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고,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아시아 축구계가 논의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이런 중대한 사안이 공개된 데 실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별다른 반대 없이, 패트리스 모트셰페 회장이 다음 주 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제안을 "검토·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클럽 850여 곳이 속한 유러피언풋볼클럽스(ECA)도 "다른 축구 이해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전 경고 없이 언론을 통해 이 제안을 접했다"고 밝혔다.
ESPN에 따르면 잉글랜드 여자축구계 소식통들은 이번 계획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선수 안전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UEFA의 보이콧 필요성은 이해하면서도, 다음 월드컵이 2027년 여자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여자 축구가 남자 월드컵 보이콧을 막기 위한 협상 카드로 '정치적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영국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인스타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축구는 투자자의 것이 아니다. 월드컵의 일부라도 팔았다면 이미 영혼을 판 것"이라며 "축구는 팬들의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이 제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구체적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절차와 거버넌스 부재에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냈다. 영국은 2035년 여자 월드컵의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공동 개최를 준비 중이며, FIFA는 오는 11월 화상회의에서 이 단독 유치를 확정할 예정이다.
FIFA 측은 이번 자회사 설립에도 대회 운영, 국제 경기 일정, 스포츠·규정 관련 결정 등 축구 거버넌스에 대한 전권은 FIFA가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임기 종료 후 새 법인의 최고경영자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FIFA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판티노는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자 놀라운 사회 발전의 동력"이라며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상업 부문이 전담 사업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며, 그 가치가 전 세계에 더 폭넓게 공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안은 인판티노가 2018년 UEFA의 반대로 무산됐던 250억 달러 규모의 비공개 민간투자 계획 이후 또다시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