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월드컵 지분 매각안 결국 철회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을 비롯한 주요 대회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던 계획을 결국 백지화했다. 유럽 등 대륙별 축구 연맹의 보이콧 위협과 FIFA 내부 인사들의 반발까지 겹치자 계획을 접은 것이다.
인판티노는 남녀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등 FIFA의 상업 사업 부문을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라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이 중 20%를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른바 '앵커 투자자'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슈아 쿠슈너가 설립한 뉴욕 소재 투자회사 스라이브가 거론됐다. BBC 스포츠에 따르면 인판티노는 이 계획에 동의하는 211개 회원 협회에 40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55개 회원국은 이 계획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월드컵을 포함한 FIFA 대회 전체를 보이콧하기로 결의했다. UEFA는 성명을 통해 "이는 단순한 리더십 실패가 아니라 세계 축구의 수호자로서 FIFA가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콘카카프)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계획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몰렸다.
내부 반발도 거셌다.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에서 FIFA를 대표했던 카를로스 코르데이로는 인판티노의 자문역에서 사임하며 항의했다. 골드만삭스 은행가 출신인 코르데이로는 "FIFA가 월드컵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회사 구상을 "축구에 나쁜 거래"라고 규정하고, FIFA가 최근 4년간 남자 월드컵 관련으로만 1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들어 42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지분을 영구 매각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운, 축구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케빈 라무르 FIFA 최고운영책임자(COO)도 AP통신에 낸 성명에서 "직원들은 인판티노의 불투명한 계획 추진으로 기만당했다"며 "경멸과 위협이 아닌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는 하지 않았지만 "이 일로 내가 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받아들이겠다. 적어도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인판티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늦은 밤 성명을 내고 "각계의 의견을 신중히 들은 결과, 이 프로젝트가 지지 수준과 무관하게 애초의 목표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분열을 낳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 제안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관계자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아 축구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스카이 스포츠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인판티노가 "이카루스의 순간"을 맞았다고 평가하며, 독일축구협회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이 이 계획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고 밝힌 사실을 짚었다. FIFA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평의회 위원임에도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과 관련해 인판티노와 대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인판티노는 내년 3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FIFA 총회에서 4선에 도전할 예정이며, 도전자 등록 마감은 11월 18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