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2030 월드컵 결승지 결정 안 됐다"…모로코 발언 진화

2030 월드컵 결승전 개최지를 둘러싸고 모로코와 스페인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FIFA가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발단은 모로코축구협회(FRMF) 회장 푸지 렉자의 발언이었다. 렉자는 지난 목요일 부즈니카에서 열린 진정성과현대화당(PAM) 정치 행사에서 "벤슬리만 지역이 2030 월드컵 결승전을 개최하는 영예를 안게 될 것"이라며 "좋든 싫든 하산 2세 경기장이 그 무대가 될 것이고, 그곳에서 모로코가 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닷컴에 따르면 렉자는 한발 더 나아가 결승 상대로 프랑스를 지목하며 "모로코와 프랑스의 결승전이 성사돼 설욕할 수 있기를 신에게 바란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에 FIFA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ESPN에 따르면 FIFA 대변인은 스페인 통신사 에페(Efe)에 "지난 8월 5일 발표한 대로, 결정은 적절한 시기에 내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8월 5일에도 FIFA는 영국 더타임스가 인판티노 회장이 내년 3월 FIFA 회장 선거 지지를 대가로 모로코에 결승전 개최권을 약속했다고 보도하자, "FIFA 회장이 2030 월드컵 결승전 개최지와 관련해 어떤 약속도 한 바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한 달 만에 똑같은 반박을 되풀이한 셈이라고 골닷컴은 짚었다.
스페인축구협회(RFEF) 회장 라파엘 로우산도 이달 초 현지 매체를 통해 "스페인이 결승전을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최근에는 "모두가 공동 개최에 서명했는데 결승전 개최지만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아쉽다. 남녀 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이 결승전을 개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페인 체육부 장관 밀라그로스 톨론 역시 지난달 카데나 세르 라디오에서 "우리는 남녀 월드컵 현 챔피언이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2030 월드컵 유치를 주도한 뒤 모로코가 합류한 것"이라며 스페인 개최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ESPN은 유럽 축구계 인사들이 여러 대륙에 걸쳐 치러지는 이번 대회의 결승전만큼은 유럽에서 열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30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대부분 경기를 개최하고, 1930년 첫 월드컵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가 개막전을 나눠 치르는 형태로 사상 처음 3개 대륙 6개국에서 열린다.
모로코가 결승전 개최지로 내세우는 하산 2세 경기장은 카사블랑카 외곽 벤슬리만에 건설 중이며, 골닷컴에 따르면 사업비 120억 달러에 수용 인원 11만 5000명 규모로 완공되면 세계 최대 축구 전용 경기장이 된다. 완공 목표 시점은 대회 3년 전인 2027년이다. 스페인은 결승전 후보지로 레알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수용 인원 7만 8297명)와 개보수를 마친 FC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수용 인원 10만 5000명)를 내세우고 있다.
ESPN은 이번 논란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거센 압박이 가해지는 시점에 불거졌다고 짚었다. UEFA가 월드컵 지분 매각 계획 철회를 이끌어내는 등 유럽 축구계가 반기를 든 반면, 모로코를 포함한 아랍권 6개국 축구협회는 그 이후에도 인판티노를 지지해왔다는 것이다. 더타임스도 인판티노의 모로코를 향한 유화적 행보를 내년 3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아프리카 표심을 잡기 위한 권력 유지 전략으로 해석했다고 골닷컴은 전했다.
ESPN은 이번 결승지 갈등이 스페인과 모로코 간 외교 관계가 이미 경색된 상황에서 불거졌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 선동으로 수만 명의 모로코인이 스페인령 세우타 접경 지역으로 몰려든 사건과 관련해 양국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으며, 스페인 총리는 당시 월경 과정에서 140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경찰 조사에서는 모로코 보안당국의 연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지만, 모로코 정부가 이를 의도적으로 조직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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